에너지경제신문
[EE칼럼] '문명의 이기' 에어컨과 기후위기
2023.08.16 10:24
|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거의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온실효과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등과 같은 가스는 지구 표면에서 반사된 태양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로 인해 지구는 기온 변화 폭이 좁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금성은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두꺼운 대기로 덮여 있는데, 평균기온이 섭씨 약 460도에 달한다. 태양 가까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온실효과가 높은 온도의 주된 원인이다. 대기가 거의 없는 수성은 기온이 하루에도 영하 200도에서 영상 400도까지 변한다.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지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다. 이는 온실효과를 가속화하고, 그 결과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올라간다. 온실효과는 복잡한 기후 모형이 아닌 기본적인 열역학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지난 몇 달 동안 유럽은 유례없는 폭염을 겪고 있다. 폭염은 산불, 가뭄, 수천 명의 사망자를 일으키면서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전역의 수십 개 마을에서 최고 42도라는 기록적인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40.3도로 기록상 가장 더웠다. 런던의 더위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국영 철도회사는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고, 필요한 경우에만 여행할 것을 촉구하는 경고를 발령했다. 일부 주요 철도 노선은 지난달 19일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유럽 가정에는 에어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경험하는 폭염은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연구결과에 대해 99~100% 가능성이 있으면 ‘거의 확실함(virtually certain)’, 90~100%는 ‘매우 높음(very likely)’, 66~100%는 ‘높음(likely)’ 등으로 표현한다. 작년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 IPCC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육지에서 폭염 등 극한고온의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virtually certain)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올해와 같은 폭염을 예견한 것이다.
요즘같은 무더위에 에어컨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할 듯 하다. 에어컨은 1902년 미국의 엔지니어인 캐리어가 발명했다. 싱가포르의 국부인 고(故) 리콴유 총리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에어컨을 꼽았다. 그는 "총리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무원이 근무하는 건물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다. 2018년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컨과 선풍기는 전 세계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에어컨 보유 가구 비율은 2018년 86%로 일본(91%), 미국(90%) 등과 함께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소득과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더운 지역의 에어컨 수요 증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아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시대에 살고 있다. 2021년 세계 1차 에너지 사용량의 약 82%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차지했다.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6.7%에 불과하다.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건물의 단열이나 에어컨의 냉방효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필자는 당장 온실효과를 완화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건강한 여름을 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그리고 모두 알 만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는 26도다. 바깥과의 온도 차이가 너무 나면 우리 몸이 적응을 못하고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실외와의 온도 차이는 5도 이내가 적정하다.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배웠듯이 전구는 열을 발산한다. 불을 끄면 집을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 전구와 마찬가지로 전기 제품도 열을 발산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모두 끄는 것이 좋다. 대기전력 차단장치가 없는 경우에는 플러그를 완전히 뽑는 것이 좋다. 대기모드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키는 ‘뱀파이어 파워’이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면 집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기가 가열되면 식물은 잎에서 과도한 수분을 공기 중으로 방출하여 스스로와 주변 환경을 식힌다. 고무나무, 중국 상록수, 산세베리아, 벤자민 고무나무와 같은 것들이 좋다고 한다.
필자에게 가장 중요한 팁은 사실 마음가짐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여름은 원래 덥다. 낮에 땀 흘리고 자기 직전에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한 후에 선풍기 틀고 자리에 눕는 것 또한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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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문명의 이기' 에어컨과 기후위기
2023.08.16 10:24
|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거의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온실효과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등과 같은 가스는 지구 표면에서 반사된 태양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로 인해 지구는 기온 변화 폭이 좁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금성은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두꺼운 대기로 덮여 있는데, 평균기온이 섭씨 약 460도에 달한다. 태양 가까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온실효과가 높은 온도의 주된 원인이다. 대기가 거의 없는 수성은 기온이 하루에도 영하 200도에서 영상 400도까지 변한다.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지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다. 이는 온실효과를 가속화하고, 그 결과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올라간다. 온실효과는 복잡한 기후 모형이 아닌 기본적인 열역학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지난 몇 달 동안 유럽은 유례없는 폭염을 겪고 있다. 폭염은 산불, 가뭄, 수천 명의 사망자를 일으키면서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전역의 수십 개 마을에서 최고 42도라는 기록적인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은 40.3도로 기록상 가장 더웠다. 런던의 더위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국영 철도회사는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고, 필요한 경우에만 여행할 것을 촉구하는 경고를 발령했다. 일부 주요 철도 노선은 지난달 19일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유럽 가정에는 에어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경험하는 폭염은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연구결과에 대해 99~100% 가능성이 있으면 ‘거의 확실함(virtually certain)’, 90~100%는 ‘매우 높음(very likely)’, 66~100%는 ‘높음(likely)’ 등으로 표현한다. 작년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 IPCC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육지에서 폭염 등 극한고온의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virtually certain)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올해와 같은 폭염을 예견한 것이다.
요즘같은 무더위에 에어컨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할 듯 하다. 에어컨은 1902년 미국의 엔지니어인 캐리어가 발명했다. 싱가포르의 국부인 고(故) 리콴유 총리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에어컨을 꼽았다. 그는 "총리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무원이 근무하는 건물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다. 2018년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컨과 선풍기는 전 세계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에어컨 보유 가구 비율은 2018년 86%로 일본(91%), 미국(90%) 등과 함께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소득과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더운 지역의 에어컨 수요 증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아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시대에 살고 있다. 2021년 세계 1차 에너지 사용량의 약 82%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차지했다.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6.7%에 불과하다.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건물의 단열이나 에어컨의 냉방효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필자는 당장 온실효과를 완화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건강한 여름을 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그리고 모두 알 만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는 26도다. 바깥과의 온도 차이가 너무 나면 우리 몸이 적응을 못하고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실외와의 온도 차이는 5도 이내가 적정하다.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배웠듯이 전구는 열을 발산한다. 불을 끄면 집을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 전구와 마찬가지로 전기 제품도 열을 발산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모두 끄는 것이 좋다. 대기전력 차단장치가 없는 경우에는 플러그를 완전히 뽑는 것이 좋다. 대기모드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키는 ‘뱀파이어 파워’이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면 집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기가 가열되면 식물은 잎에서 과도한 수분을 공기 중으로 방출하여 스스로와 주변 환경을 식힌다. 고무나무, 중국 상록수, 산세베리아, 벤자민 고무나무와 같은 것들이 좋다고 한다.
필자에게 가장 중요한 팁은 사실 마음가짐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여름은 원래 덥다. 낮에 땀 흘리고 자기 직전에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한 후에 선풍기 틀고 자리에 눕는 것 또한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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